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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육연원민
작성일 26-08-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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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몽골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언젠가 몽골에 가야지' 생각했다. 십오 년 전쯤이었을까. 마라톤에 진심인 고향 친구가 말을 타고 초원을 누볐던 몽골 여행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감흥을 쏟아냈던 때부터였던 것 같다. 직접 가보지 않은 자의 머릿속에는 푸른 초원, 달리는 말, 그리고 자유, 평화로움과 같은 이미지가 제멋대로 그려졌다. 우리 4형제 부부와 나의 딸과 아들, 10명의 단체 몽골 여행이 시작되었다.
▲ 초원을 가로지르는 귀여운 양떼 모습
ⓒ 이정미
광활한 초원은 끝없이 이어지고
첫날 일정은 울란바토르에서 280Km 떨어진 '엘승타사르하이'로 가는 거였다. 이동 시간은 약 5시간이라 했지만, 중간에 마트에 들러 물과 간식을 사고 。심 식사도 하느라 실제로는 7시간가량 걸렸다.
엘승타사르하이는 '미니 사막'이다. 우리가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이 일정을 선택한 이유는 사막 체험과 사방이 360도로 열린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은하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가이드는 "기도하시라. 이러다가도 종종 하늘이 열리고 별을 보기도 한다"며 우리를 달랬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몽골의 초원은 끝없이 광활했다. 멍하니 바라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부스스 눈을 뜨면 차창 풍경은 그대로 초원이었다. 내가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았던 초원이 '지겹게' 이어졌다. 좋아하는 것에 '지겹다'는 낱말이 연결되는 이 아이러니에 피식 웃음이 났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초원에서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매일 바라본다는 것. 사방이 뻥 뚫린 깜깜한 밤하늘과 셀 수 없이 쏟아지는 별과 함께 계절을 보낸다는 것.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가축을 먹이고 재우고 그들에게서 의식주를 얻으며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살아보지 않고서야, 여행자의 상상은 확장되지 못하고 질문의 언저리만 맴돌았다.
드넓은 초원. 잊을만하면 등장하여 눈길을 사로잡는 말, 소, 양과 염소들. 드문드문 하얀 '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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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몽골이 오랫동안 지켜온 '고유한 얼굴' 같았다.
"저기 유채꽃이네요. 일부러 심은 건가요? 아니면 자생하는 건가요?"
"울타리가 있는 것은 주인이 있다는 표시입니다. 울타리가 없는 유채밭이 나오면 잠시 내려볼까요?"
지겹도록 달리다가 유채꽃 덕분에 잠시 버스에서 내렸다. 초원에 발 딛는 순간 푸릇한 향기가 코끝에 닿았다. 발 아래 풀들을 굽어보니 이름 모를 허브들이 있었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단 하나의 주도로 끝으로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연결되어 멋진 광경을 만들어냈다. 노란 유채꽃밭에서 명랑하게 가족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엘승타사르하이로 이동하는 중간에 유채밭에 내려 명랑하게 가족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이정미
엘승타사르하이에서 만난 낙타와 사막
엘승타사르하이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서쪽 하늘에 구름이 걷혔다. 열린 하늘 사이로 쨍한 햇살이 밝았다. 별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이동하는 내내 나는 버스에서 내려 저 광활한 초원을 걸어보고 싶었다. 말들과 양들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그들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며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에서 이런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개인의 욕구, 취향을 주장하는 순간 질서는 흐트러진다. 허락된 테두리 안에서 자신만의 여행을 즐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감사하게도 '낙타 트레킹'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그 틈을 타서 초원을 걸었다. 군데군데 말똥이 뒹굴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더 멀리, 말들이 유유히 저무는 시간을 보내는, 하얀 게르가 장난감처럼 놓여있는 곳까지 걷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도, 말도, 게르도 대초원 속에서 조화롭게 놓인 작은 인형 같았다.
▲ 드넓은 하늘과 초원, 하얀 게르와 사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 이정미
낙타 트레킹 시간이 되었다.
빠찡코
가까이서 본 낙타는 속눈썹이 길었다. 눈망울이 크고 맑았다. 얼굴이 순했다. 쉴 새 없이 여행객을 태우고 왔다 갔다 일하는 낙타를 보니 그의 등에 올라타기가 미안해졌다. 낙타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은 여름 성수기에 한몫을 단단히 챙겨야 할 테다. 그만큼 낙타의 하루를 고될 테다. 여행객이 뜸한 계절이면 사람은 그동안 낙타의 수고에 감사하며 낙타를 먹이고 돌볼 것이다. '그렇게 사람과 낙타는 서로 기대며,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 낙타에 우리를 태우고 미니 사막 트레킹을 도와준 아이와 낙타 모습
ⓒ 이정미
길이 약 80km인 미니 사막의 모래는 부드러웠다. 습기가 적어 맨발로 걸어도 모래가 피부에 달라붙지 않았다. 촉감이 바슬바슬, 보들보들했다. 우리는 맨발로 모래 언덕을 걷고 모래 썰매를 탔다.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사막이었다. 살면서 한 번은 사막을 보고 싶었다. 사막에서 밤을 보내며 오로지 하늘과 사막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을 바라보는 '낭만과 욕망'이 내 마음 안에 있었다. 나의 낭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사막을 감촉했다. 낙타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등에 올라타 사막을 가로질렀다. 척박한 환경에도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며 생을 잇고 있었다. 그들의 삶이 나의 삶과 가느다란 선으로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초원의 저녁
▲ 전통 게르에서 나와 자라본 하늘에 붓칠하듯 무지개가 살짝 그려졌다.
ⓒ 이정미
숙소는 사막에서 조금 떨어진 초원에 자리한 전통식 '게르'였다. 숙소 입구에 도착하니 전통 의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성이 양손에 '아룰(Aaruul)'를 들고 우리를 맞이했다. 아룰은 소, 양, 염소, 낙타 등에서 짜낸 우유를 발효시키고 단단하게 말려 과자처럼 만든 몽골 대표 간식이다. 치즈향이 살짝 풍겼다. 시큼하고 고소하며 조금 비릿하기도 했다.
유목민은 누구든 자신의 거처를 찾는 사람을 환대하는 전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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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조건 없는 환대 문화'는 드넓고 척박한 대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필연적인 삶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따뜻한 울림으로 와 닿는다. 숙소를 배정받아 짐을 놓고 게르 밖으로 나왔다.
"저기, 무지개!"
이 무슨 '신의 선물'이란 말인가! 하늘에 살짝 붓질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긴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듯 예쁘고 기쁘게 우리를 환대하는 무지개. 한참을 바라보았다. 유목민의 '조건 없는 환대'를 만난 듯 내 마음 안에는 '감사'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엘승타사르하이가 위치한 초원 지대는 해발 1300~1500에 이르는 고원이다. 저녁이 되자 바람이 시원했다.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고 식당 앞 발코니에 앉았다. 말들이 줄을 지어 달리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말들도 집으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초원의 저녁 풍경이 평화롭게 펼쳐졌다.
여행객들은 지는 해를 바라보기도 하고, 끼리끼리 모여 초원의 밤을 즐겼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은 춤을 추기도 했고 식당 앞 테이블에서는 맥주를 사이에 놓고 왁자지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 말들이 줄을 지어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말들도 집으로 향하는 듯 했다.
ⓒ 이정미
초원의 밤
고원 지대의 여름밤은 10시 무렵임에도 하늘이 밝았다.
"밤 11시는 되어야 별을 볼 수 있어요."
어둠에 둘러싸인 초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밑도 끝도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었다.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 후로는 하늘을 보고 또 보았다. 혹여나 별이 갑자기 '짠'하고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라도 할까 걱정하는 아이처럼.
밤 11시가 가까워지자 하늘에는 하나둘 별들이 선명해졌다. 느루뜰에서 본 북두칠성이 똑같이 뒤집힌 국자 모양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두텁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하얀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숨었다 숨바꼭질했다.
그토록 갈망했던 '사방으로 뻥 뚫린 초원의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정말 운좋게도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열려 초원의 별을 만날 수 있었다. 충분히 감사한 밤이었다.
▲ 구름 사이로 달이 숨바꼭질했다. 까만 하늘에 작고 하얀 。들이 별이다.
ⓒ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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